카테고리 없음 / / 2023. 8. 13. 20:35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1) - 입원 전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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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년에 헌혈의집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한 적이 있다.

(사실 사은품 준다해서 영업당함... 그래도 좋은 일이니까?)

 

올해 HLA 유전자 성분이 일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으며 고민 없이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바로 진행시켜)

왜냐하면 작년에도 같은 연락을 받았고 100% 일치했으나 다른 기증자가 진행하게 되어 아쉽게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필자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면서 실제로 겪은 일들을 모두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조혈모세포 기증 결정 전에 알아보려고 검색해서 들어온 분들일 것이다. 또는 혈액암 환자 가족들이거나..

전혀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에게나 주는 기회가 아니니, 꼭 생각해 보고 좋은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기증자 정보가 노출되면 안 된다고 하여 자세한 시기와 위치는 공개하지 않겠다.

 

조혈모세포기증 희망등록증


조혈모세포와 혈액암이 무엇인가?

혈액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세포로 적혈구(산소), 백혈구(세균, 바이러스), 혈소판(응고)이 있다.

 

적혈구는 산소를 옮기고, 백혈구는 세균과 바이러스와 싸운다. 그리고 혈소판은 상처가 나면 달라붙어 지혈이 되도록 응고되는 세포들이다.

그리고 세포들을 만드는 세포가 조혈모세포다. 이 세포들의 어머니인 셈이다.

 

그러나 혈액암이나 이에 준하는 병에 걸리면 정상적으로 이런 세포들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지혈이 안된다던지, 단순 감기에 쉽게 낫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병에 걸리게 되면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다.

초기에는 무증상이라 치아를 발치할 때 지혈이 안되거나 여자의 경우 생리가 멈추지 않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찾아오는 병이다. 매우 건강했던 20대도 걸린다.

 

이런 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한다. 친부모는 5%, 형자매 간 일치 확률은 25%다.

절반 정도만 일치해도 이식받는 경우가 있지만 100% 일치하는 공여자에게서 이식받는 것이 나중에 부작용으로부터 조금 더 안전하다.

 

그래서 먼저 각 병원에서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한국조혈모세포은행 등으로 협조 요청을 하면 이 조정 기관에서 국가 소속의 KONOS라는 DB에서 맞는 유전자를 찾아본다.

 

비용상 문제로 유전자 중 일부만 DB에 저장되는데 이 DB에 저장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증 절차를 요청한다.

 

만약 기증을 진행하게 된다면 아래와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1. HLA 유전자 세부 검사 -> 100% 일치 여부를 확인

2. 기증자 건강검진 -> 기증이 가능한가

3. 입원 전부터 당일까지 4일간 조혈모세포를 촉진하는 주사(G-CSF) 맞기

4. 입원 후 기증

 

기증과 관련된 안내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홈페이지를, 혈액암과 관련된 영상은 이 유튜브를 참고 바란다.

 

짤툰의 이 영상과 닥터프렌즈의 이 영상도 조혈모세포 기증의 내용을 담고있다.

 

1단계 :: 기증 요청 연락과 유전자 검사

첫 연락

위 사진이 처음으로 온 연락이었다. 일치한 사람이 나왔다는 소식이었고, 관련 안내문을 받았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만 아쉬운 건 안내문이 hwp... 구버전의 한글을 사용하시는지 맥용 한글에서는 열리지도 않는다. pdf좀..

 

하겠다고 말하고 낮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낮에 전화를 하였고 현재 거주 중인 지역과 건강 상태 등등을 전달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해 주변 병원을 알아봐 주셨다.

근처 동네 병원에서 채혈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코디께서 병원에 전화했다. 난 다음날 퀵으로 채혈키트를 받았다.

 

아마 진료비가 발생할 건데 필자는 검사비 명목으로 1.5만 원 나왔다. 영수증을 보내주면 나중에 왕복 교통비와 함께 환급해준다고 한다.

(채혈하시는 선생님께서 그렇게 좋은 일 하신다고 칭찬을..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사실 필자는 22년도에도 이런 연락을 받았다. 당시에도 기증 절차를 진행해서 서울성모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었는데 해당 유전자 정보가 없었나..?)

 

2단계 :: 유전자 일치와 스케줄 확정

유전자 일치

한 10일쯤 지났을까 유전자 검사결과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는 기증 병원을 선택한다. 현재 거주지 주변으로 결정하게 되며, 서울과 경기권에 살고 있다면 99.9% 서울 또는 성남권 병원으로 간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 여의도성모병원, 아주대학교병원 등에서 할 수 있다.

 

기증 날짜도 이때 정하고, 건강검진도 같이 정한다.

보통 건강검진은 기증 전 달에 실시한다. (기증 병원과 건강검진 병원은 동일하다)

 

필자는 다음 주에 건강검진을, 그다음 달에 기증 날짜를 정했다.

 

아쉽게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채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교통비는 넉넉히 나온다. 예를 들어 버스, 지하철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 왕복 3만 원 정도 나오는 듯했는데 그 2배 이상으로 지급이 된다. 덕분에 투루카 리턴프리로 마음 놓고 다녀왔다 ㅋㅋ

 

카셰어링 투루카에 대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바란다.

 

3단계 :: 건강검진

지방에서 서울은 지옥이다. (투루카 리턴프리로 서울 가는 중..)

필자는 서울에 위치한 모 병원으로 갔다. 병원의 역사가 꽤 오래된 곳이었으나 새롭게 인테리어를 했는지 매우 깨끗했다ㅋㅋ

검사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담당 교수와 면담

2. 혈액 검사

3. 소변 검사

4. 심전도 검사

5. X-Ray 흉부 촬영

6. 팔로 채취가 가능한지

 

나랑 연락했던 코디님이 아닌, 다른 코디님이 오셨다.

코디께서 길 안내를 해주신다. 마치 비서가 한 분 생긴 것 같은 기분.

 

맨 처음으로 담당 교수와 면담을 한다.

"정말 좋은 일 하시는 것이다. 이 기증은 환자의 증상 완화가 아니라 완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생님이 주시는 것이다"

 

정말 가슴에 와닫는 말이다.  이후에도 이 기증을 위한 입원 절차 및 채취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말 친절하신 교수님이었다. 혈액과 교수님이었는데 우선적으로 면담을 할 수 있게끔 병원에서 배려하주는 듯했다.

 

다음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한다. 진짜 많이 뽑는다. 뭐 헌혈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통 10개 정도를 뽑는 듯했다. 정말 다양하게 테스트하는 듯했다.

 

소변 검사도 한다.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제출한다.

 

심전도 검사를 한다. 내가 한 심전도 테스트는 애플워치가 다인데, 병원에서 전문 장비로 테스트를 하니 신기했다.

발목과 손목에 센서를 부착, 가슴에도 센서를 부착한다 한다. 남자는 뭐 그냥 올리면 되지만 다른 후기를 참고해 보니, 여자들은 편한 옷으로 입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엑스레이는 단순 흉부 엑스레이다.

 

기다리면서 간호사님이 팔목으로 혈액 채취가 가능한지 봐주셨다. 그리고선 코디님과 수군수군하던데 "정맥관 잡아야 할 거 같은데"라는 말이... 아니 다 들린다고요 ㅋㅋㅋ (돌아오는 평일에 중심정맥관으로 진행한다고 카톡이 왔다)

 

그리고 확정 스케줄이 적힌 종이를 주며 안내를 해주고, 각종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

법적으로 장기 기증이기 때문에 장기 기증에 대한 서명을 한다. 기증에 대한 확인서에도 서명을 한다.

(남성의 경우 병무청에 통보가 된다는데 군필을 통보해서 뭐 하나?)

 

조혈모세포 채취 동의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기증 전 환자는 전처리를 하는 데 네가 이때 포기하면 이 환자는 죽는다.

- 옛날처럼 뼈로 뽑진 않지만 꽤 오랫동안 뽑을 수 있다.

- G-CSF(과립세포군 촉진인자/조혈모세포 촉진제) 주사가 좀 아플 수 있다. 그러나 2~3일이면 증상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수납을 하는데 1XX만 원이 나왔다. 비급여라서? 아마 혈액 검사와 심전도 검사가 비싼 듯했다.

이 비용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안타깝다. 덕분에 신기한 경험을 해본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검사 결과는 전화로만 통보해 준다. 필자는 이상이 있어 동네 병원에서 피검사만 다시 했다.

(덕분에 병을 하나 찾았다. 기증엔 영향이 없는.)


이번 글 마무리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다음엔 입원과 채취하는 글로 끝내려고 한다.

 

소방관들은 심정지 된 사람을 살릴 때마다 하트세이버의 횟수가 하나씩 늘어난다고 한다. 어쩌면 기증하는 여러분들도 어떤 사람의 하트세이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선택은 오로지 여러분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있다. 오히려 나중에 포기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하겠다고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기증 과정에서도 바늘을 신체에 꼽아야 하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투병 중인 환자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런 과정들을 참을 수 있다. 오히려 대학병원에서의 100만 원 대 건강검진과 하루에 30만 원이 넘는 1인 특실의 경험을 생각하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2) - 주사 ~ 입퇴원 ~ 부작용

저번 게시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부탁한다.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1) - 입원 전까지의 이야기 필자는 20년에 헌혈의집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한 적이 있다. (사실 사은품 준다해서 영업당함.

jiwon.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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